군생활중인 아들의 마지막 면회

Posted by ohki on 2008. 11. 11. 11:22
Filed under 사는얘기
오늘은 지난 2006년 2월 6일 국가의 부름을 받고 의정부 보충교육대로
신병입대후
2년가까이 군복무중인 아들의 마지막이 될듯한 면회를 다녀왔다
내부순환로를 타고 남양주시 양정동에 도착하는 동안
가을경치가 아주 멋지다
서울의 산들도 단풍이 아주 아름답다는 걸 다시한번 느꼈다
울긋불긋한 산과 길가의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등등...

오늘은 병장인 아들이 같은 생활관에 있는 후임병 두명을 데리고 나왔다
아빠는 아들 면회를 신청하고
나는 아들이 알려준 두명의 면회를 신청했다 (김oo일병, 강oo일병)
아들 한명만 신청할때는 간단했는데
두명을 더 부르려니 좀 까다롭다..
뭐 어디로 멀리 데리고 나가는것도 아니고
부대앞 면회소에서 식사만 함께 하는건데
안될일까지 없으련만,
고지식한 당번군인들은 "한가족이 세명을 면회하는건
안된다고 했습니다..."군인스런 말투....
겨우 상황설명을 하고 접수를 시켰다

조금후 아들의 밝은 모습과 함께
나란이 걸어오는 후임병들의 모습...

아들과 함께 다리건너에 있는 충일회관으로 향했다
73사단 충일부대의 면회소인 충일회관..
충일회관은 관리자가 바뀌어서 그런지
더욱 깔끔하고 멋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서빙을 한다

아들은 면회를 간다니까 후임병들과 함께 아침도 안먹고 기다렸다고 했다
고기를 굽기가 바쁘게 셋이서 먹어 치운다
충일회관의 삼겹살은 1인분에 4,500원
5명이서 8인분을 먹었다
공기밥과 된장찌개에 맥주랑 사이다까지..
다섯명이서 삼겹살을 실컷먹고도 52,100원밖에 안된다
서울에 있는 보통 식당에서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일텐데
군부대에서 면회객들을 위해 서비스차원으로 운영하는 거라
식대가 아주 저렴하다

충일회관의 유일한 메뉴인 삼겹살을 이젠 먹어볼수가 없겠지..
그동안 면회 다니면서 오가는 길도, 부대도 정이 들었다
충일회관에서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회관앞산에서 돗자리 깔고
아들과 함께 그간 얘기도 나누며 쉬다 오곤 했었는데
2년 가까운 시간이 그새 추억속으로 묻혀 버리는구나...
오늘따라 기념사진 한장 못찍어 온게 못내 아쉽다
갈때마다 한두장씩 찍어왔건만
 
"에이 엄마는 매일 사진만 찍재"
하면서 귀찮아 하는 아들을 달래서 간간이 찍어왔는데...
부대안에서 사진 찍으면 안된다고
무슨 나쁜짓이라도 하는 거 마냥 나를 대하는 남편덕에
부대앞에선 들고있던 얼른 카메라도 숨기곤 했었는데
충일회관 에서야 상관없는걸...

혹시 또 모르지
1월 16일에 제대를 하건만
그 안에 또 한번더 갈수가 있을지...
남편과 나는 휴일이면 서울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남양주시에
있는 73사단 아들부대에 자주 가곤 했다
사람들은 무슨 면회를 그리 자주가냐고 하지만
가깝다는 핑계로 나들이겸해서 소풍하듯이 그렇게 가곤 했었는데..
엄마 아빠에게도 면회가는 추억이 이제 끝나는구나
하지만 건강하게 군생활 잘 마치고 무사히 제대를 한다는게
참으로 감사하고 고맙다
가끔 매스컴을 통해서 군장병들의 사고 소식을 접할때면
내 아들이 당한거 처럼 가슴이 아프곤 했었는데
내아들과 다를게 무었이야 그 아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들일텐데..

남편은 아들일행과 헤어질때 작별인사를 나누면서 손을 꼭 잡고 말했다
군생활 잘 해줘서 고마워..
내가 편히 다리뻗고 잘수 있는건 다 자네들 덕분이야...^^

오늘따라 돌아오는 발길에 더욱 가벼웠다..^^





믹시